1. 펜사이클리딘(PCP)이란 무엇인가?
펜사이클리딘(Phencyclidine, PCP)은 1950년대에 미국에서 마취제로 개발되었다., 원래는 외과 수술 시 환자의 통증을 원천 차단하고 의식을 잃게 만들어 치료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얼마뒤 사용자에게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되면서 의료용으로는 사용이 금지되었고, 이후 불법 마약으로 변질 되어 시중에 유통되기 시작했다.
PCP는 주로 백색 또는 미색의 결정체 형태로 존재하며, 분말, 알약, 액체 등의 형태로 불법 유통된다. 복용 방식은 흡입, 경구 투여, 정맥 주사 등 다양하며, 특히 담배에 결정체를 묻혀 흡연하는 방법이 흔히 사용된다. PCP를 투약하면 강한 환각 작용과 현실감 상실, 감각 마비, 비이성적인 행동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과다 복용 시에는 극단적인 정신 착란 상태에 빠질 수 있으며, 심할 경우 혼수상태 또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2. PCP의 변종과 신종 마약의 등장
마약 단속이 강화되면서 불법 제조업자들은 기존 마약의 화학적 구조를 약간씩 변형하는 방식으로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왔다. 이러한 변종 마약들은 기존 마약 검사에서 검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스텔스 마약’으로 불린다. 대표적인 PCP의 변종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2-플루오로-2-옥소-피시피알(2-Fluoro-2-Oxo-PCPr)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세계 최초로 검출한 신종 마약이다. 기존 PCP와 유사한 화학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새로운 분자 구조 변형을 통해 기존 마약 검사에서 검출되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이 물질은 수사기관이 실시한 일반적인 마약 검사에서 음성 반응을 보였지만, 국과수의 정밀 분석을 통해 PCP 유사체로 확인되었다.
2) 2-플루오로-2-옥소-PCE
2022년 8월 서울 용산에서 발생한 ‘집단 마약 모임’ 사건에서 검출된 신종 마약이다. 이 물질은 강력한 환각 작용을 일으키며, 특히 자살 충동을 유발하는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보인다. 기존 마약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지 않은 물질이었기 때문에, 초기에 수사기관의 검사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
3) 케타민(Ketamine)과 그 유사체
케타민은 의료용 마취제로도 사용되지만, 불법적으로 남용되는 사례가 많다. PCP와 비슷한 해리성 환각 효과를 유발하며, 과다 복용 시에는 혼수상태나 심각한 정신적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 불법 시장에서는 데스클로로케타민(Deschloroketamine), 메톡시케타민(Methoxyketamine) 등의 변종이 등장하여 거래되고 있다.
3. 신종 마약의 특징과 마약 검사 회피 기술
최근 등장하는 신종 마약들은 법적 규제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1) 화학 구조 변형을 통한 법적 회피
마약류 규제법에서는 특정 화합물만을 금지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마약 제조업자들은 화학구조를 조금씩 변형하여 법적 규제를 피해간다. 예를 들어, PCP 유사체들은 미세한 원자 조성을 변경하여 기존 법률의 적용을 피하면서도 같은 효과를 내도록 만든다.
2) 기존 마약 검사에서 검출되지 않음
신종 마약들은 기존 검사 방식에서는 검출되지 않도록 설계된다. 일부 물질은 인체에서 대사된 후에야 활성화되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투약 직후에는 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3) 인터넷과 다크웹을 통한 유통 증가
텔레그램, 다크웹 등의 비대면 거래 수단이 발달하면서 신종 마약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신종 마약은 ‘마약 검사에서도 검출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여 젊은 층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홍보되고 있다.
4. 신종 마약에 대한 대응 방안
1) 신종 마약 분석 기술 강화
기존의 마약 검사 방식으로는 신종 마약을 탐지하기 어려우므로, 국과수와 같은 연구기관들은 고분해능 질량분석법(HRMS), 핵자기공명분광법(NMR) 등의 정밀 분석 기법을 활용하여 새로운 마약을 검출하고 있다.
2) 마약류 데이터베이스(DB) 확대 및 신속 업데이트
신종 마약이 등장할 때마다 이를 즉시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하고, 수사기관에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제적인 협력을 강화하고 해외 연구기관과 정보 공유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3) 법적 규제 강화 및 사전 예방 조치
현재는 특정 물질만을 금지하는 방식이지만, 마약 제조업자들이 이를 회피하기 위해 변종을 만들고 있다. 따라서, 특정 화합물군 전체를 규제하는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신종 마약의 유통 경로를 사전에 차단하는 기술적·행정적 조치도 강화되어야 한다.
4) 대국민 교육 및 인식 개선
마약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신종 마약의 홍보 방식은 특히 청소년 및 젊은 층에게 위험성을 가중시킨다. 따라서,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는 교육과 함께, 마약 검사에서 검출되지 않더라도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5. 결론
펜사이클리딘(PCP) 및 그 변종들은 기존 마약보다 더욱 교묘한 방식으로 설계되어 마약 검사에서 검출되지 않도록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국과수에서 세계 최초로 검출한 2-플루오로-2-옥소-피시피알을 비롯하여, 지속적으로 새로운 변종 마약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는 마약 수사와 단속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첨단 분석 기술의 도입, 국제 협력을 통한 데이터 공유, 법적 규제 강화, 대국민 교육 강화 등의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마약류의 확산을 막기 위해 수사기관, 과학수사 연구원, 법률 기관, 시민사회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