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온누리상품권이 끊임없이 논란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0~5세 영유아들이 수백만 원어치를 구매하는 비정상적인 거래 사례가 드러나면서 온누리상품권의 구조적 문제점이 다시금 부각되었습니다. 2009년 도입 이후 빠르게 성장한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의 소비 촉진이라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부정유통과 세금 부담 증가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온누리상품권이 과연 지속 가능한 정책인지 재검토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온누리상품권의 역사
온누리상품권은 2000년대 들어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편의점 등의 유통 채널이 확장되면서 점점 입지가 좁아지는 전통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되었습니다. 2004년 제정된 ‘재래시장 육성을 위한 특별법’(2010년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으로 변경)을 통해 정부는 전통시장의 현대화를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전통시장 전용 상품권을 발행하여 할인 판매했습니다.
지자체 상품권이 소비 촉진 효과를 보였으나, 지역별 호환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9년 정부는 전국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을 도입했습니다. 이후 2013년에는 전통시장법에 온누리상품권 운영 관련 규정을 명문화하면서 제도적 기반을 강화했습니다. 또한, 2019년 모바일 상품권 도입, 2022년 충전카드형 상품권 도입 등 디지털화를 추진하며 상품권의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온누리상품권의 문제점
부정유통과 ‘깡’ 문제
온누리상품권의 가장 큰 문제는 할인율을 악용한 부정유통입니다. 소비자를 전통시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온누리상품권은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되며, 차액은 세금으로 보전됩니다. 이를 악용하여 일부 가맹점에서는 매출이 있는 것처럼 속이고 대량 구매한 후 현금화하는 ‘온누리상품권 깡’이 만연했습니다.
2023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온누리상품권 매출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가맹점 15곳을 조사한 결과, 13곳에서 부정유통이 적발되었습니다. 이후 추가로 449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한 결과, 134곳(29.8%)에서 부정유통이 확인되었습니다. 심지어 일부 퇴폐업소에서도 온누리상품권이 사용된 사례가 발견되었습니다. 2019년 전국상인연합회가 부정유통 근절을 결의했지만, 실질적인 개선 효과는 미미했습니다.
영유아까지 동원된 이상 거래
2023년 11월 기준, 0~5세 영유아 1286명이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했으며, 그 금액이 76억4000만원에 달하고 1인당 평균 구매액이 600만원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명의 도용을 통한 부정유통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금융결제원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개선, 환전 한도 조정 등 대책을 발표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세금 부담 증가와 운영의 비효율성
온누리상품권의 할인 비용과 운영비는 모두 세금으로 충당되는데 온누리상품권 발행사업 예산은 2019년 1772억원에서 2024년 3514억원으로 두 배가량 증가했습니다. 특히 온누리상품권 발행·운영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수수료 예산만 해도 601억2000만원에 달합니다. 이 같은 재정 부담이 국민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점에서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됩니다.
또한, 정부는 온누리상품권의 판매 목표를 계속해서 높이고 있습니다. 2019년 2조원이었던 판매 목표가 2024년에는 5조원으로 증가했지만 2022년과 2023년 집행률이 각각 76.7%, 71.3%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목표치를 무리하게 상향 조정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입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사용처를 확대하는 것은 온누리상품권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개선 방향과 대안
디지털 상품권 확대 및 할인율 조정
부정유통 방지를 위해 지류(종이형) 상품권보다는 모바일 및 충전카드형 상품권의 비율을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현재 높은 할인율을 조정하여 부정유통의 유인을 줄여야 하는데, 할인율을 낮추면 세금 부담도 감소하고, 상품권이 실제 소비 촉진을 위한 도구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사용처 확대 제한 및 지역사랑상품권과의 역할 분담
전통시장 지원이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온누리상품권의 사용처를 무분별하게 확대하는 것을 제한해야 합니다.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는 온누리상품권보다는 지역사랑상품권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중앙정부는 전통시장 지원에 집중하고, 일반 상점과 소상공인 지원은 지역사랑상품권을 통해 지자체가 담당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결론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정책 도구로 시작했지만, 부정유통과 세금 부담 증가로 인해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보입니다.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부정유통 방지를 위한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며, 할인율과 사용처를 조정하여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더불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역할을 분명히 나누어 정책적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전통시장을 지원하려는 의도는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 혈세가 비효율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와 개혁이 필요합니다.